예부터 사람들은 생각이 마음의 작용이라 보았다. 생각을 나타내는 한자에 마음 심(心)이 있는 까닥이다. 마음의 작용은 세 가지여서 느낌과 생각과 깨달음이다. 느끼는 것은 감(感)이다. 외부에서 마음으로 들어오는 자극이다. 신체의 내장기관도 마음에서 보면 외부다. 몸 안팎에서 들어오는 시각, 청각 같은 감(感)에 마음이 반응한다. 정(情)이다. 우리는 사람의 정을 희로애락애오욕 칠정(七情)으로 본다. 감(感)과 정(情)이 합쳐서 감정(感情)이다. 감정은 몸 안팎에서 들어오는 자극에 마음이 반응한 것이다.

생각은 감정에서 비롯하거나 마음의 작용으로 저절로 나타난다. 이런 생각에는 4가지 종류가 있다. 상(想), 사(思), 염(念), 려(慮)다.

상(想)은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다. 서로 상(相)과 마음 심(心)이 합한 말이다. 상(相)은 나무가 잘 자라는지 눈으로 살피는 모습이다. 어느 날 아무것도 없는 평평한 흙바닥에 느닷없이 싹이 돋아난다. 아침에 마당을 나가면 새 가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비가 오고 나면 잎이 무성하다. 그 모습이 생각과 비슷하다. 그런 생각을 여러 개 꺼내서 엮는 것이 발상(發想)이다. 상상(想像)은 코끼리 뼈를 가지고 본래 모습을 추상하여 가설을 세운다는 의미다. 자연사 박물관 로비에는 티라노사우르스가 장엄하게 서 있다. 상상으로 창조하고 진화하는 생각이 이상(理想)이다.

사(思)는 곰곰이 따지는 생각이다. 허투루 하는 생각이 아니다. 한자는 밭 전(田)이지만 원래 정수리 신(囟)이다. 머리와 마음으로 생각하니 곰곰이 따진다는 뜻이 나왔다. 사고(思考)는 지식을 놓고 다투는 일이다. 사고력은 옳고 그름을 따지고 덤벼드는 능력이다. 사색(思索)은 저벅저벅 걸으면서 생각을 찾아 모은다. 인공지능은 검색(檢索)하고 사람은 사색(思索)한다. 생각만으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사유(思惟)다. 사유하는 힘이 있으면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자존감이 생기고 자신의 주인으로 살 수 있다.

념(念)은 맴돌아 떠도는 생각이다. 지금(只今) 떠올라 맴돌기도 하고 어제나 그제, 며칠 전이나 몇 년 전에 떠오른 것이 지금도 맴돌기도 한다. 그렇게 맴돌다 엉키면 잡념(雜念)이 된다. 잡념은 전념(專念), 단념(斷念), 집념(執念), 방념(放念)의 방법으로 갈라야 한다. 그렇게 해서 어떤 생각을 잘 다듬으면 개념(槪念)이 된다. 개념은 모든 것의 시작이다. 그런 생각을 보는 것을 관념(觀念)이라 한다. 오래되고 타파할 것을 고정관념(固定觀念)이라고 하지만 회사의 경영이념이 곧 고정관념을 만드는 일이다.

려(慮)는 호랑이가 짓누르는 생각이다. 호랑이(虎狼-)가 어깨를 꽉 누르고 섰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려(慮)에는 호랑이 발(儿)이 없다. 진짜 호랑이가 아니라 발 없는 호랑이, 호피무늬 호(虍)다. 가짜 호랑이가 짓누르는 생각이니 현실이 아니다.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생각이다. 우려(憂慮)는 근심과 걱정이다. 해결되지 못한 일에 아직도 근심하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 지레 걱정한다. 배려(配慮)는 상대를 도와주고 살피는 일이 아니라 내 생각의 경계를 넓히는 일이다. 무려(無慮)는 ‘무려 백만 명이 왔다’처럼 숫자 앞에 쓴다. 숫자를 뛰어넘고 생각을 초월한다. 생각의 속도를 높인다.

나는 생각의 종류마다 3개씩 해서 생각법 12개를 만들었다. 발상(發想) 상상(想像) 이상(理想), 사고(思考) 사색(思索) 사유(思惟), 잡념(雜念) 개념(槪念) 관념(觀念), 우려(憂慮) 배려(配慮) 무려(無慮)다. 이 생각법은 모두 생각의 실마리다. 실마리는 실의 첫머리다. 실이 엉켰을 때는 실의 첫머리를 잡아야 풀 수 있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생각하려면 생각의 실마리를 잘 잡아야 한다.

나는 생각의 실마리를 언어에서부터 잡았다. 우리가 어렸을 때 배운 모국어는 뇌의 피질에 새겨져서 감각만큼이나 빠르게 해독된다. 사람들과 말할 때나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언어를 분석하지 않고 그대로 체감한다. 커서 외국어를 배워도 외국어로 생각하거나 꿈꿀 수 없다. 언어 체계가 곧 생각 체계이기 때문이다.

언어가 다르면 생각도 다르고 정신도 다르다. 일제가 우리말을 없애려고 한 것도 우리 정신을 없애기 위함이었다. 그런 식으로 우리 언어는 많이 오염되었다. 글자가 없던 때에 중국 한자를 들여왔고 중간에 한글이 만들어져 뒤섞였다. 일제 때는 일본식 한자어가 대량으로 들어왔다. 거기에는 서양의 모든 철학과 문물이 들었기에 지금 우리는 일본이 번역한 서양의 정신을 배운다. 해방 이후에는 이념에 따라 언어가 갈렸다. 권력자는 쓸 수 있는 말과 쓸 수 없는 말을 강제했다. 요즘은 영어가 모든 말을 휩쓴다. 한국식 영어, 일본식 영어, 미국식 영어가 오락가락한다.

나는 일단 생각과 관련한 어휘의 어원부터 찾았다. 모든 언어는 생겨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찾는 것은 내가 태어난 이유, 나의 존재 이유, 우주의 근원을 찾는 것과 같다. 일단 그렇게 찾아서 들어가니 철학이 나오고 종교가 나오고 과학이 나오고 수학이 나왔다. 어휘의 용례를 찾아 현대로 오니 인공지능이 나오고 뇌과학이 나오고 스티브 잡스가 나왔다.

생각을 생각하는 이 과정은 원래 이렇게 분야를 나눌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도덕, 기술을 따로 배웠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서는 위대한 생각을 해낼 수 없다. 생각은 원래 온갖 것이 뒤섞여 있어서 반듯하게 갈라놓을 수 없다. 생각을 상(想), 사(思), 염(念), 려(慮)로 나누긴 했지만 생각하는 법을 설명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다. 퍼뜩 떠오른 생각을 깊이 따지고 들어 이치를 만들어내면 사상(思想)이 된다. 떠오른 생각 때문에 잠에 못 들면 상념(想念)이다. 곰곰이 따지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으면 사념(思念)이 끝이 없다. 다른 사람을 곰곰이 살피고 걱정하면 사려(思慮)다. 늘 그 사람을 걱정하면 염려(念慮)다.

이 책은 생각을 정리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생각은 정리할 수 없다. 정리할 수 있는 것은 오늘 할 일이나 걱정거리같이 생각의 결과나 주제다. 생각을 제대로 해야 일을 정리할 수 있다.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은 없고 일을 정리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만 가득하다. 그런 책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책만 읽어서는 자기 계발의 한계에 부닥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이제 생각하는 법을 익히자. 생각의 4종류와 12가지 생각법이 생각을 밝힐 테니 그대로 따라 보자. 생각이 깊이 박혔으면 꺼내고 생각이 위태하면 바로 세우고 생각한 바가 있으면 만들자. 다른 사람과 생각을 다투고 새로운 생각을 모으고 내 생각을 헤아리자. 복잡한 생각을 가르고 생각을 깔끔히 다듬고 생각을 바라보자. 근심 걱정은 풀고 생각의 경계는 넓히고 생각의 한계는 뛰어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