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9년 만이다. 그가 내 페이스북에,

“여기서 뵙네요!”

하고 글을 남겼을 때 처음엔 페이스북 피싱인 줄 알았다. 프로필 사진을 봤지만 누군지 몰랐다. 대답하기 뭐 해서 ‘좋아요’만 누르고 말았다.

다음날에 그가 또 글을 남겼다.

“김 병장님, 언제 한번 얼굴 보시죠^^”

어? 내가 아는 사람인가? 아내에게 물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아는 척하는데 난 당췌 모르겠다”

아내가 당연하다는 듯 대꾸했다.

“당신이 언제 사람 얼굴이나 제대로 기억한 적 있었나 뭐.”

소통이 중요한 시대에 이렇게 아는 척 하는 사람을 나 몰라라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정중히 대꾸를 올렸다.

“누구세요?”

금세 답이 왔다.

“저, 군대 있을 때 후임 이 병장입니다.”

이제 생각났다. 난 1996년 8월에 입대해서 1998년 10월에 제대했다. 이 친구는 1996년 10월 군번이다. 그러니까 나와 20개월을 같이한 후임이다.

왜 그를 알아보지 못했을까? 벌써 치매가 오나?

하는 생각을 떠올리기도 전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는 날 보고 기억을 해냈는데, 나는 왜 그를 기억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

무려 19년이 지나서 그렇다고 자위하기에는 뭔가 확 풀리는 느낌이 없다. 처 할머니는 아흔이 넘어 요양원에서 누워만 계신다. 알아보는 사람은 장인어른, 그러니까 당신의 아들뿐이다. 아들이 오면 물끄러미 바라보며 살짝 살짝 웃으신다. 다른 사람은 몰라보신다.

기억은 시간도 아니고 관계도 아니고 장면인가 보다. 그때 어떤 한 장면이 기억나고 그 장면에 같이 있던 사람이 기억난다. 퇴근해서 집에 가는 길에 가끔 아이들 얼굴이 기억 안 날 때가 있다. 그러면 애들과 놀던 한 장면을 떠올린다. 방긋 웃으며 나를 맞이하는 그 얼굴이 떠 오른다. 페이스북에 올린 증명사진 같은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한 추억이다. 그런 건 19년이 아니라 91년이 지나도 못 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