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아날로그로 돌아왔는가….

코엑스에서 열린 헨드메이드 전시회. 생각 게임 시그너쳐 패키징하는 데 도움될까 보러 갔다가 세상 사람들이 참으로 각양각색의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 끝이 어딘지 모름을 느낀다. 온라인을 넘어 모바일로 온 지금. 나는 왜 종이카드를 만들고 부채를 만들고 보드게임을 만들고 이런 핸드메이드에 끌릴까?

나는 한때 국문과를 나온 웹기획자이자 웹개발자였다. 한때 웹2.0 책을 쓰고 강의도 했으며 구글맵이 처음 나왔을 때 오픈API로 서비스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작년에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아이템은 미세먼지 IOT 측정기였고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퀴즈 앱을 직접 만들었고 지금도 운영중이다. 9년 다닌 회사는 코오롱의 IT계열사다. 나는 여기서 모바일 신사업 기획과 기후변화 IT솔루션을 기획했다. IT프로젝트 PM을 맡기도 했다.

그러니까 나는 오프라인스럽게 배워서 온라인에서 일했다. 나는 기술이 인간을 해방시킨다고 믿었다. 내가 한때 일했던 얄리라는 회사는 인공지능 심심이를 만드는 곳이었다. 메신저로 대화하면 상대의 기분을 12가지로 구분해낼 수 있었다. 나는 이 기술을 싸이월드에 적용시키려 했다. 작성자가 어떤 기분으로 게시물과 댓글을 올렸는지 알 수 있으면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코오롱에서 퇴사하기 직전에 나는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 빅데이터팀 부장이 내게 빅데이터 기반 텍스트분석가가 되는 게 어떠냐 했다. 빅데이터 분석가는 어쩌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드는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온라인에 가깝고 기술에 붙어있다.

내가 올해 강의를 시작할 때 무거운 개발자용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것이 너무 무거웠고 그래서 빔을 쏘지 않고 강의하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교구가 필요해서 만들었다. 이게 하나씩 늘었고 마침내 나는 디지털을 모두 버리고 아날로그만으로 강의한다.

핸드메이드 전시회는 아날로그의 극단이다. 그런데 창의가 넘친다. 똑같은 지갑 같지만 똑같은 지갑이 하나도 없다. 이것은 오롯이 창작자의 생각에서 비롯한다. 생각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가리지 않는다. 상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다. 창의는 이 분야 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가장 디지털스러운 20~30대 커리어우먼이 가득하다.

아하! 그래 맞아! 그렇구나! 이거야! 유레카! 그렇지! 앗!… 이런 감탄사는 모두 예상치 못한 생각이 떠올랐거나 어떤 고질적인 문제를 풀었거나 뭔가 고민이 해결되었을 때 나오는 소리다. 이런 소리는 디지털에 한정되지 않는다. 디지털이 모든 창의와 상상과 진보와 혁신을 휩쓸 때 정작 사람들은 아날로그로 향한다. 인문으로 향한다. 최초의 툴이나 어플이었던 그것. 손에 들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그 질감을 느낄 수 있는 것. 아날로그.

10년 후에 성공하려면 10년 후에 바뀔 세상에 주목하라 한다. 세상의 트렌드를 읽으라 한다. 하지만 10년 후에도 성공하려면 1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 것에 주목해야 한다. 아날로그는 그렇게 수 백만 년을 생존해 왔다. 그리고 인간 역사의 혁신 대부분은 아날로그였다.

나는 디지털 세상의 CEO인가
나는 아날로그 세상의 CEO인가

나는 디지털 세상과 아날로그 세상을 넘나드는 CEO인가